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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사진 =>스크랩/우리삶의속에서

25년만의 허니문 눈물의 편지

 

"여보 미안해…" 25년만의 허니문 눈물의 편지

입력 : 2011.11.02 02:15

형편이 안돼 때를 놓친 35쌍, 사이판으로 특별한 신혼여행
태평양 푸른 물결 위에 한 서약 - "행복하게 해주지도 못하고… 여보, 내 약속하리다 이젠 많이 웃게 해주겠다고"
"25년동안 못받은 뽀뽀 3박 4일 동안 다 받았어요"

"함께 살아온 25년 중에 몇 년이나 행복했소. 여보, 내 약속하리다. 당신 눈물 흘리지 않게 살아가겠다고."

김광운(45)씨가 편지를 읽자 부인 박윤자(45)씨가 눈물을 흘렸다. "저는 사실 아내에게 미안해서 이런 편지를 읽을 자격도 없어요"라는 고백으로 시작된 편지는 김씨의 목이 잠겨 몇 차례나 끊어졌다.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사이판 월드리조트는 '특별한 신혼여행'을 온 부부 35쌍의 눈물과 웃음으로 채워졌다.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하나투어가 어려운 살림살이 탓에 신혼여행을 못 간 저소득층 부부 35쌍을 초청했다.

3박 4일의 여행 마지막 밤인 29일, 35쌍의 부부는 배우자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을 편지로 전했다.

지난 1988년 같은 직장에서 만났다는 김광운·박윤자 부부는 박씨 친정 부모님의 반대로 2년 동거 끝에 결혼했지만 생활고에 시달려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다. 트럭 운전을 하던 남편은 그동안 8번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겪으면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죽어버리겠다"는 말을 쉽게 내뱉었고 폭력도 휘둘렀다. 급기야 아내는 남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했다. 그러나 남편이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죽음 문턱까지 갔을 때 살려낸 것도 아내 박씨였다.

김씨는 편지에서 "당신이 날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병원 철창 밖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난 한참 눈물만 흘리고 있었어. (버리지 않아서) 고마워"라며 가슴에 간직하고 있던 말을 꺼냈다.

전날 새벽 2시까지 썼다는 김씨의 편지에 다른 부부도 눈가가 젖었다. 박씨는 "이번 여행에서 25년 동안 못 받은 뽀뽀를 다 받았다"며 눈물을 닦았다.

아내에게 바치는 편지를 읽던 김광운씨가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씨가 편지를 읽는 내내 아내도 함께 울었다.‘ 특별한 허니문’을 떠난 부부 35쌍은 마음속 깊이 숨겨 놓은 이야기들을 편지로 털어놓았다. /하나투어 제공
문강선(30)씨는 부인 남지혜(28)씨에게 A4 용지 빼곡히 편지를 2장 썼다. "나도 남들처럼 우리 예쁜 마나님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해보지 못한 것 다 하도록 해주고 싶은데. 그럴 여력이 안 돼 미안한 마음뿐이네." 아내 남씨는 소리 죽여 울었다. 결혼 11년 만에 처음 받아 본 남편의 편지였다. 그동안 아이 셋을 키우느라 고생했던 부인 남씨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 행사는 지난해부터 시작됐으며 이번이 세 번째다. 복지관의 추천을 받은 저소득층 부부 중 신혼여행을 못 간 부부가 대상이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부부는 태평양의 푸른 물결 위에 "앞으로 당신의 인생에 소중한 동반자가 될 것을 서약합니다"는 약속을 주고받았다.

커플티를 맞춰 입은 양해일(37)·최영애(여·40)씨 부부는 나란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참석했다. 1999년 함께 살기 시작했지만, 2005년 겨우 혼인신고만 하고 고생스럽게 살아온 이들은 지난 3월 남편 양씨의 건강이 악화돼 결국 부인이 간을 이식해 줬다. 감염 우려 때문에 계속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남편 양씨는 "못난 인간이 제대로 찍은 사진 한 장 없이 고생만 시켰고 이젠 간까지 빼앗아서 항상 미안했다"고 전했다. "비행기를 처음 타봤다"는 이 부부는 "이번 여행으로 살아갈 희망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