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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최고의 스코어와 플레이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기대와 각오, 다짐 없이 골프장을 찾는 사람은 없다.
골프채를 잡은 지 얼마 안 된 사람은 언제 100타를 깰 수 있을까 하는 기대 속에 골프장을 찾는다. 구력이 늘어가고 골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목표 스코어는 급기야 싱글 스코어를 꿈꾼다.
그러나 골프란 참 묘하다. 누구나 싱글 골퍼를 꿈꾸지만 어떤 사람은 평생 싱글 스코어 근처를 못 가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단시일에 싱글 스코어로 진입해 평생을 싱글 핸디캡퍼로 골프를 즐기기도 한다. 한번이라도 싱글 스코어를 내는 것이 소원인 사람 앞에서 왕 싱글들은 70대 초반을 못 쳤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데 90대 언저리를 오르내리는 사람으로서 참 납득할 수 없다.
‘있는 사람이 더 한다더니 너무 한 것 아니야!’하는 소리가 목구멍으로 넘어오려 한다.
그러나 싱글 골퍼들의 골프 사랑의 정도를 알고 나면 거저 싱글 골퍼가 되지 않았음을 납득하게 된다. 무언가 남다른 노력과 집념을 가지고 한계를 넘어서려 애써온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땀을 흘리고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도 도무지 스코어 개선이 안 된다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제대로 레슨을 받아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스윙을 갖고 있으며 일주일에 서너 번은 연습장을 찾는데도 기대치, 목표치에 쉬이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골프 기능을 벗어난 다른 문제 때문이다.
골퍼는 자신의 조건과 상관없이 현재를 넘어서려 한다. 신기록을 꿈꾼다. 80대 진입을 실현하고 나면 70대 진입을 추구하고 급기야 이븐파 언더파를 꿈꾼다. 나이가 먹어도 에이지 슈터라는 원대한 꿈을 갖기도 한다.
이 꿈을 실현하느냐 못하느냐는 평소 갈고 닦은 기량이 아니라 골프장을 향하는 당신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당신이 골프장을 찾을 때마다 마음속에 품고 가는 기대와 각오, 다짐이 당신에게 성취감 대신 절망감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는 한 신기록 달성은 꿈꿀 수 없다.
공자(孔子)가 춘추오패(春秋五覇)의 한 사람이던 제(齊) 환공(桓公)의 사당을 찾아갔을 때 일이다. 환공은 춘추시대 포숙아(鮑叔牙)의 도움으로 왕위에 올랐고, 한때 이복형의 편을 들어 자신을 죽이려던 관중(管仲)을 중용해 천하의 패자가 되었다. 공자는 그 사당에서 의식 때 쓰이는 그릇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그릇 하나를 찾아냈다. 사당지기에게 물으니 “항상 곁에 두고 보는 그릇[宥坐之器 유자지기]"이라고 답했다.
‘가득 채우려들면 기울어 넘쳐흐르지만 적당한 양을 채우면 반듯이 서는 그릇.’
공자가 나기 거의 한 세기 전에 먼저 세상을 뜬 환공은 천하를 제패하고도 물이 절대로 넘치지 않는 그릇을 곁에 두고 늘 자신의 과욕을 경계했다고 한다. 공자는 이 그릇을 본 뒤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도록 자신을 삼갔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그와 비슷한 비기가 조선시대에 만들어졌던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실학자 하백원(河百源)과 한 도공이 계영배(戒盈杯)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름 그대로 ‘넘치는 것을 경계하는 잔.’이다.
시골 벽지서 도기를 굽던 선머슴 우삼돌이 큰 꿈을 안고 왕실의 진상품을 만드는 경기도 광주분원(廣州分院)을 찾아 스승으로부터 열심히 배우고 익혀 우명옥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마침내 스승도 이르지 못하던 설백자기(雪白磁器)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왕실로부터 큰 상을 받으며 이름을 드날리게 된 그는 이후 주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 끝에 가진 재물을 탕진해버리고 말았다. 뒤늦게 잘못을 뉘우치고 스승에게 돌아온 우명옥이 정진 끝에 계영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계영배는 그 후 정조 순조대의 거상(巨商) 임상옥(林尙沃)의 수중에 들어갔는데 중국을 넘나들며 인삼 무역을 벌여 막대한 돈을 번 그는 언제나 계영배로 자신의 지나친 욕심을 단속했다고 한다.
신기록, 새로운 골프를 꿈꾸는 골퍼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유좌지기(宥坐之器)와 계영배(戒盈杯)다. 보다 높은 경지, 골프의 신천지를 꿈꾸되 이에 도달하려 발버둥치지 않으면서 겸허한 자세로 골프에 다가갈 때 자기도 모르는 사이 골프의 신천지가 열리고 신기록이 달성되는 것이다.
한번 되새겨 보라. 내가 기대와 각오, 다짐을 갖고 골프장을 찾았을 때 기대와 각오, 다짐이 실현되었는가를.
기대와 각오, 다짐의 강도가 강할수록 형편없이 추락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아무런 기대나 각오, 다짐도 없이 오늘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리겠다고 나섰다가 나중에 스코어카드를 보고 놀란 기억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요즘 여러 컨디션이 좋은 내가 이를 잊고 이븐파, 언더파 재진입을 꿈꾸며 골프장을 찾았다. 그리고 어김없이 최악의 추락을 경험했다. 몇 번의 추락을 겪고 나서야 유좌지기(宥坐之器)와 계영배(戒盈杯)가 머리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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