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허영호씨, 아들과 에베레스트 정상에… 첫 가족여행지였던 곳 다시 찾아
아버지와 나란히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아들이 있다. 국내에선 처음이고, 세계에선 두 번째다. 산악인 허영호(57)씨의 아들 허재석(26·서울시립대 경영4)씨가 주인공이다. 이들의 에베레스트 정상 정복에는 단순히 부자가 함께 올랐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어머니, 우리 가족이 처음 함께했던 에베레스트의 정상이예요.” 해발 8848m, 세계 최고봉의 정상에서 재석씨는 어머니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한참을 울었다.
“잘 참았다.” 그 순간 아버지 허영호씨는 들썩이는 아들의 어깨를 가만히 토닥거렸다. 지난 5월29일, 아들과 아버지는 4개월여 전에 떠난 어머니·아내를 보내기 위해 산에 오른 참이었다. 이들 부자에겐 이곳을 다시 찾아올 이유가 있었다.
재석씨가 에베레스트 땅을 밟은 건 정확히 20년 전인 6살 때다. 재석씨와 어머니는 1년에 절반 이상 집을 비우는 아버지와 함께 있고 싶어 종종 등반에 따라나섰는데, 그 첫 번째 산이 에베레스트였다. “그때 어머니는 임신 6개월이었어요. 여동생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때지만, 생각해보면 온 가족이 에베레스트에 있었던 거죠.” 당시 재석씨는 한 달 동안 어머니와 함께 베이스 캠프에 머물며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었다고 한다.
재석씨는 “어머니가 지난 5년 동안 지병으로 고생을 하다 올해 1월 떠나고 나니, 가족의 첫 여행지였던 곳에서 어머니를 보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안고 또다시 에베레스트에 오르려는 아버지를 혼자 보낼 수도 없었다.
12살에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 15살엔 유럽 최고봉 엘부르즈, 17살엔 백두산, 19살엔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산에 올랐던 재석씨였지만 처음 오르는 에베레스트는 녹록치 않았다. 그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 매일 10㎞를 달렸고, 주말마다 아버지와 함께 설악산과 한라산을 찾아 빙벽과 설벽 등반 훈련을 했다. 눈을 파고 들어가 밤을 지새우는 ‘비바크(Biwak)’ 훈련도 반복하며 조난에 대비했다.
아버지를 지키겠다는 각오로 산에 올랐지만 정작 도움을 받은 건 그였다. 눈사태를 피하기 위해 주로 영하 35도인 새벽시간에 산을 올라야 했고, 낮에는 기온이 영하 20도와 영상 20도를 오르내리며 체력을 고갈시켰다. 등반길에 로프에 매달려 사망한 러시아 등산가를 보기도 했다. 재석씨 뒤를 따르던 미국 여성은 정상 50m를 앞두고 절벽에서 떨어져 숨졌다.
“공포가 피부로 느껴졌지만 침착한 아버지를 보니 안심이 됐고, 이젠 아버지가 또 산에 오른다고 하셔도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석씨는 에베레스트에서 ‘산악인 아버지’를 존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자신이 어머니를 대신해 아버지의 탐험을 도울 계획이라고 했다. |
'♣ 신문·사진 =>스크랩 > 우리삶의속에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해선생님의 나팔꽃 인생~~~ (0) | 2011.08.19 |
---|---|
버스왕 허명회, 직원 사모님 12년째 모신다 (0) | 2011.07.20 |
남편을 행복하게 만드는 여자의 기술 (0) | 2011.02.17 |
[스크랩] 나를 찾아가는 길 - 법정스님의 글 중에서 (0) | 2011.02.15 |
은행거래 유익한 정보 10가지 (0) | 2011.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