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리더와 이슈메이커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현재를 살고 있는가. 또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가. "따분한 보수는 가라"며 '쿨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곽승준(51)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이 변화와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사람들과 특별한 만남을 갖는다. 20~40대가 주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 스포츠서울닷컴 > 과 '쿨한 융합'이라는 목표를 향해 힘차게 진군하고 있는 곽승준이 펼치는 색깔 있는 대화는 이슈메이커들의 또 다른 면모를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장이 될 것이다. <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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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준의 쿨~한 만남 첫 번째 주인공은 '돌아온 국민타자' 이승엽(36)이다. 그는 지난 달 19일 < 스포츠서울닷컴 > 과 단독 인터뷰를 통해 8년 만의 한국 프로야구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4일 귀국한 뒤 아들의 학교 전학 문제 등 신변 정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친정팀 삼성 복귀 여부가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는 등 국민타자의 귀환에 너도 나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관중 700만 시대를 향해 가는 프로야구는 이제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국내 프로야구 흥행을 이끌고 올림픽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통해 '국민타자'에 오른 이승엽. 한국 야구의 발전과 미래라는 큼직한 책임감도 얹혀 있을 그가 제일 먼저 만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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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타자'이승엽(36)이 국내 복귀 심경을 털어놓고 있다 ./ 노시훈 기자 |
- 반갑습니다. 제가 공직에 몸담고 있지만 평소 스포츠를 참 좋아해요. 덕분에 이승엽 선수를 만났네요,
(웃음) 저도 만나 뵙게 돼 영광입니다. 공직에 계시면 주말에는 쉬셔야 할 텐데 이렇게 저를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8년 동안 일본에서 고생이 많았습니다. 삼성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거죠?
그럴 가능성이 높겠죠. (국민타자로서 다른 팀에 가면 어떨까) 주변에서 한 곳에 얽매이려 하지 말고 '은퇴 전 다른 팀에서 뛰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그래도 이승엽 하면 삼성이지 않느냐'며 반반인 것 같아요. 저도 상상을 해봤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제가 삼성이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그려지지 않네요.(웃음)
- 귀국 장 취재 열기가 대단하던데, 일본보다 한국이 편하죠?
당연히 한국이 편하죠. 다만 일본에서는 알아보는 사람들이 적고, 알아보더라도 한국처럼 극성적인 분위기는 아니다보니 편해요. 하지만 지루하고 따분한 것 같아요. (일본 팬 분위기는 어떠한가?) 예를 들어, 저희가 낮 12시에 야구장에 도착하면 주차장에서 팬들이 기다렸다가 작은 선물이나 편지를 주고 조용히 가세요. 인상적이죠.
- 내가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유는 '이기고 지고가 명확한 것'이에요. 공직에서 일하면 누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승부가 잘 나지 않거든요.(웃음) 그런데 일본과 한국의 스트라이크 존이 달라서 애매했을 것 같은데.
사람은 물만 바뀌어도 적응하기 힘들다고 하잖아요. 스트라이크 존부터 깊게 들어가면 갈수록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9년 간 경기를 하다가 하루아침에 바꾸려고 하니 더욱 어렵죠. 야구는 또 멘탈 스포츠거든요? 제가 볼이라고 생각하는데 심판이 스트라이크라고 하면 당황스럽죠. 외국에 있으니까 더 민감해지더라고요.
- 일본 관중들도 야유를 보내나요?
그럼요. 처음에 일본을 갔을 때는 못 알아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알아듣게 되죠. 가끔은 한 가장의 아버지로서 자존심 상하고 비참한 이야기도 들었어요. (본인 기사는 모두 보고 있나요) 물론이죠.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에서 읽어요. 악성 댓글로 화난 적도 많았죠. 하지만 초월했어요. 이제는 심심해서 읽게 돼요. 상처도 전혀 받지 않고요.(웃음)
양재동의 한우 전문점에서 12일 저녁 식사를 겸해 서로가 편한 차림으로 만난 이승엽. 친정팀 삼성과 이적 협상 등 새로운 둥지를 찾는 것은 물론이고 아들의 전학문제, 지인들과 인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몹시 피곤해보였다. 하지만 희로애락이 점철된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돌이키며, 마음만큼 챙겨주지 못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꺼내자 그간의 못다 했던 말들을 가감 없이 꺼낸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아닌 인간 이승엽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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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광팬'임을 입증하듯 기아 자켓을 입고 나온 곽승준(51) 위원장./노시훈 기자 |
동료 선수들이 야구를 계속 해야 하나, 그만 두어야 하나를 고민할 정도였어요. 당시 원정 경기를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약한 지진은 자주 발생하니까요. 그런데 집에 전화가 안 돼요.(웃음) 고베였는데. 윗층에 사는 (박)찬호형도 '집에 전화 해보라'며 걱정해줬죠. 다행히 집에 도착했을 때 '아무 일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TV로 사고 현장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죠. 제가 운이 좋은 것이 올 시즌 요미우리에서 왔잖아요?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어요.(웃음)
- 자녀들도 걱정이 많았을 것 같다.
동북부 지역하고 거리가 있어서 크게 느끼지는 못했죠. 하지만 걱정스러웠던 것은 사실이에요. (아들도 야구를 시키고 싶나) 아뇨, 저와 아내 모두 운동을 시킬 생각이 없어요. 너무 힘들거든요.(웃음) 야구를 해도 잘하면 좋겠지만, 만약에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는 잘했는데, 너는 못 하냐'는 말을 들을 수도 있죠. 그런데 요즘에는 축구 선수를 하겠다네요?(웃음)
- 귀국 당시 아내 이송정씨의 미모가 큰 화제였죠. 연예인으로 활동할 생각은 없나요?
전혀 없어요. 가사에만 집중할 생각이에요. (평소 입는 옷은 아내가 코디를 해주나요) 아뇨, 제가 직접 아무거나 입어요. 앞으로는 신경 써야죠.(웃음) (아들만 둘인데, 한명 더 낳을 계획은?) 한명 더 낳을 생각은 있어요. 아내도 낳고 싶다네요.(웃음)
- 김제동씨도 공항을 찾아서 인상적이었는데 평소에 정말 친한가요?
그럼요. 널리 알려진 것처럼 삼성 시절부터 좋은 인연으로 친해졌죠. (만약에 김제동씨가 정치에 출마해서 지지해달라고 한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그런다면 연락을 끊어야죠.(웃음) 저야 뭐 그 분야를 잘 모르니까요.
- 김제동씨가 힐링캠프에 출연하는데, 출연 섭외를 한 적은 없나.
나와 달라고 했는데, 제가 거절했어요.(웃음) 솔직히 방송에 출연할 생각은 없어요. (섭섭해하지 않나) 그렇지 않을 거예요. 그 형과 저는 그런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제가 방송에 나가지 않는 이유는 '말 많은 선수'로 보이기가 싫거든요. 현역 은퇴 후 충분히 출연할 기회가 있을 것이고, 지금 출연을 하면 그때 할 이야기가 별로 없어지잖아요.(웃음)
- 김제동씨와 당구도 자주 쳤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얼마나 치나?
그렇게 잘 치는 것은 아니고요. 200정도? 내기 당구면 짜죠.(웃음) 결혼하기 전에는 제동이형하고 주차장에서 먼저 만났어요. 차 안에서 장기를 두죠. 그리고 밥을 먹고, 당구를 쳐요. 이후 차를 한 잔 마시고 마지막 종목으로 탁구를 치고요.(웃음) 그게 하루 일과였어요.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내기를 하죠.
- 바른생활 사나이의 이미지예요. 학창시절 싸움한 적은 없어요?
보통 고등학교 때 운동이 힘들어서 새벽에 몰래 도망가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 적은 없었어요. 중학교 때 화투 한 번 몰래 쳐봤나?(웃음)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친구, 후배들과 노래방을 가거나, 영화를 봤어요. 저는 술, 담배를 하면 야구를 못하는 줄 알았어요. 아버지께서도 워낙 엄하게 다루셨죠.
이승엽. 말 그래도 모범생이다. 바른 사고와 바른 행동으로 바른 결과를 양산했다. 그의 홈런 하나하나가 모든 이들의 꿈과 희망의 메시지로 떠오른 것도 바른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은 아닐까. 이승엽의 홈런은 한국인 특유의 다이나믹한 열정과 같다. 그는 대화 중간 중간 "야구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비중이 8년 전과 어떻게 다르냐"며 하루빨리 한국 야구에 녹아들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또한 1년 365일 운영되는 도쿄돔 같은 야구장이 한국에도 많이 들어섰으면 한단다.
- 유명 인사 중 누구를 가장 만나보고 싶어요?
글쎄요. 곽 위원장님이 앞에 계셔서 그러는 것은 아니고요. 대통령을 만나 뵙고 싶어요.(웃음) 왜냐하면 선수 입장에서 대통령을 본다는 게 큰 힘을 받아요. 1995년 신인 시절 당시 김영삼 대통령께서 대구 구장에 시구를 하러 오셨어요. TV에서만 보던 대통령께서 제게 악수를 하셨던 기억이 아직도 진하게 남아요. 언제 또 대통령과 악수를 할 기회가 있겠습니까. (옆에 앉은 교수 : '요즘 대통령의 인기가 없어서 오히려 손해 아닌가) 하하, 그래도 나라의 최고 어른이신데 만나 뵈면 영광이죠.
- 일각에서 선동열 감독이 이승엽 선수가 오니까 기아로 간 것 아니냐고 농담을 하는데.
(웃음) 그것은 아닌 것 같아요. (선동열 감독과 직접 대결을 벌인 적이 있나) 네, 선 감독님께서 일본 진출하시기 직전 경기에서 만났어요. 제가 4타수 1안타를 쳤거든요?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첫 대결을 했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나요. '목포의 눈물' 노래가 나오면서 마운드에 오르셨죠. 아우라가 엄청 났어요. 그 분위기에 공의 위력이 더해지니 심장 마비가 걸릴 것 같았죠. 첫 타석에 스윙 한번 돌리지 못하고 삼진을 당했죠. 두 번째 타석에서 공을 맞췄고, 세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치면서 자신감을 가졌어요. 야구는 정말 멘탈 스포츠인가 봐요.(웃음)
- 제가 사실은 기아 '골수 팬'이에요. 혹시 선동열 감독과 함께 기아에서 뛰어볼 생각은 없나요? 한국 최고의 투수 출신 감독과 최고의 타자가 한 팀에서 경기를 하면 그것 또한 큰 화제가 될 텐데.
(웃음)사실 아버님이 호남 출신이신데, 예전에 무등경기장을 지나면서 한 번 저기서 뛰어 볼 생각은 없느냐고 물어 보시데요. 그 정도에서 끝난 일입니다.
- 내년 시즌 한국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투수는 누구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류현진 선수죠. 김광현 선수의 투구도 좋고요. 올림픽 때 지켜보면서 정말 좋은 투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이차가 얼마나 나죠?) 띠 동갑 정도 될걸요? (후배들 나이를 보면 그리움이 클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아요. 저도 그 나이에 죽을힘을 다해서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후회는 없죠.
- 스트레스를 노래로 푼다고 했는데, 애창곡이 있나요?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를 좋아해요. 곽 위원장님은 애창곡이 어떤 것이죠? (저는 요새 2NE1의 노래를 연습해요. 과거 교수 시절 학생들이랑 노래방을 갔는데 '삼포로 가는 길'을 불렀어요. 그런데 그 이후에 데려가지 않더라고. 그래서 요즘에는 아이돌 노래, 랩 등 가리지 않고 연습을 해요) 와, 대단하시네요. 저는 제목도 모르겠던데.(웃음)
-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소셜 미디어가 인기인데, 이승엽 선수도 하나요?
트위터, 페이스북은 안 하고요. 카카오톡만 해요. 휴대폰에 100명 정도가 있거든요? 그런데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요.(웃음) 제가 일본에서 힘들 때면 한국에 전화하고 싶잖아요? 그때 친구 목록을 쭉 내려요. 하지만 막상 전화할 때가 없어서 '툭'하고 닫아버리죠. 그때 정말 비참해요.(웃음) (한국에 있으니 친구들과 자주 연락할 수 있겠네요) 뭐, 야구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잘 만나야죠.
- 미래가 궁금해요. 은퇴 후 지도자도 있겠지만 야구교실 등 별도의 사업도 궁금한데.
물론 생각은 하고 있어요. 하지만 야구 교실 등은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저와 함께 동참하고 뜻을 모을 수 있는 분들이 필요해요. 제 롤 모델이 누군지 아세요? 홍명보 감독님이에요. 정말. 물론 홍 감독님이 저보다 나이도 많으시지만 자기 관리를 참 잘하시는 것 같아요. 스포츠 영웅임과 함께 은퇴 후 자기 일을 하면서 부수적으로 계획된 일을 참 잘하세요.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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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후 곽승준(왼쪽) 위원장과 이승엽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승엽은 "한 해 동안 많은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 스포츠서울닷컴 > 독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했다./노시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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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운동 좋아하기로 소문난 곽 위원장은 다이어트에 효과 만점이라며 격투기도 즐겨한다. / 사진제공 = 경제월간 럭스맨(Luxm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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